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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태근의 다큐세상] 남에게 폐를 끼쳐라-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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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태근의 다큐세상] 남에게 폐를 끼쳐라- ‘우리’
  • 안태근 칼럼니스트
  • 승인 2021.12.15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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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미나 후 관객과의 대화를 갖는 안태근 회장
▲ 세미나 후 관객과의 대화를 갖는 안태근 회장

1970년대 고교시절, 여가시간이라도 갖게 되어 교실을 떠나면 갈 곳은 두 군데로 압축된다. 바로 등산과 극장이다. 참으로 가난했던 시절의 추억이다. 지금 고교생에게 묻는다면 입시 준비로 바쁜데 무슨 뜬금없는 말인가도 싶을 것이고 아마도 극장, PC방, 노래방이라고 답할 것이다. 늦게 귀가한 아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참으로 많은 변화를 새삼 느낀다.

등산같이 힘만 드는 여가활동은 지금 학생들에게는 의아한 여가활동일 수밖에 없다. 힘만 빼는 등산이 여가활동일 수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지금 학생들이 운동을 안 하거나 싫어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그러나 예전의 학생들은 확실히 매사에 적극적이었다. 조금은 폐가 될 일들을 서슴지 않았다. 그것은 나눔의 또 다른 실천이며 행동이었다. 예로 어른들에 대한 공경심과 뒷수발이며 친구 간에 배려심 등이다. 지금은 사라져버리거나 쇠퇴했기에 아쉬울 뿐이다. 요즘 동네에서 어른들에게 인사하는 청소년을 보기 드물다. 어쩌다 인사하는 학생을 보면 그렇게 대견할 수가 없다. 그런 학생들이 있기에 미래 세대에 거는 기대는 여전하다.

경제적으로 힘들었던 1970년대, 나의 사춘기 시절을 위로해준 『남에게 폐를 끼치고 죽어라』라는 일본작가 미시마 유키오의 책이 있다. 군국주의 부활을 외치던 그다운 소신이 담긴 전쟁세대로서 전후세대에게 보내는 따끔한 일침을 모은 글들이다. 그것은 기성 세대가 글로써 젊은 세대에게 보내는 희망사항이 담겨 있다. 지금은 그와 같은 글이 통하지 않는 시대이다.

그 책 속의 말들이 다 맞는 글들이라고 생각지는 않지만, 당시 내겐 분명 자극이 되는 글들이었다. 그래서 지금도 책장 속에서 나의 성장을 바라보며 꽂혀있다. 어린 시절의 꿈은 어른들이란 거울을 통해서 구체화된다. 새 시대는 새 시대의 문화가 있을 것이다. 그것을 인정하면서도 그래도 학생들에게 거는 기대감 때문에 어른들이 신세대에게 당부하는 희망사항은 있을 수밖에 없다.

지금의 세대들은 독자세대이어서인지는 모르겠으나 예전의 학생들이 가졌던 치열함을 찾기 힘들다. 모든 것이 풍족한 세대로 자라서일 것이다. 모든 학생들에게 해당되는 말은 아니겠지만 ‘우리’라는 말의 의미를 생각해보자. “학생들이여! 자기만의 방을 벗어나 우리 함께 사회의 구성원으로 함께 가슴을 펴고 힘차게 뛰어보자” 목표를 높게 두고 세계무대, 세계인으로 확대한다면 더욱 바람직할 것이다. 세계인과 더불어 사는 세상 아닌가?

어른들이 보기에 젊은이들은 항상 불안하고 부족해 보이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먼 길을 돌아가지 않게 하려는 배려심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렇지 않아도 스트레스가 넘치는 시대이다. 그런데 이 같은 글을 쓰는 것은 기성세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서이다. 누구도 원치 않는 글을 쓸 필요 없음이나 알아야 하는 것은 불문가지이다. 어르신들의 말을 경청하다 보면 우리의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이 생긴다. 그 말들에는 삶의 지혜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그분들이 살았던 시대 분위기로 말씀의 무게는 무거울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만큼 중요한 것도 사실이다.

굳이 일제강점기, 한국전쟁까지는 거론치 않더라도 지금 은퇴를 시작한 60대 이상 나이의 기성세대들이 겪었던 이야기는 알아두어야 할 일들이다. 4.19를 거치고 경제개발의 시기와 경제 빈곤을 겪었던 그 시절은 지금과는 상황이 매우 달라서 이해되지 않는 이야기가 많을 수도 있다. 그 세대인 필자보다 윗세대인 70대 이상의 세대는 더 혹독한 시대 배경 속에서 생존하기 위해 허기를 참으며 죽을 힘을 다해 노력했고, 자식들을 길러냈다. 그러한 노력과 열정이 오늘의 대한민국을 건설한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노력을 알려고 하지 않는 신세대들과의 간극은 좁힐 수 없을 만큼 크다. 그것은 정치인들과 잘못된 어른들이 만들어낸 불신 때문이기도 하다. 지금 같은 불신이 팽배한 사회현상을 오로지 그것 때문만이라고는 할 수는 없지만 주요 원인일 수 있다. 그러나 이럴 때일수록 사회의 큰 변화를 넘어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을 하여야 한다.

지금이 평화시대이고 모든 것이 풍요롭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우리 사회에는 그렇지 않은 어두운 그늘에 가리워져 불편한 삶을 사는 분들도 국민의 과반수 이상으로 존재한다. ‘우리’라는 공동체 정신을 살려 서로 돕고 서로를 아우러야 함께 잘 사는 나라를 만들 수 있다. 행복이란 자기 자신부터 우리가 만들어 가는 것이다. 시간이 흘러서도 변치 않는 행복을 만들기 위해서는 사고의 폭을 넓혀야 한다.

▲ 안태근 박사(문화콘텐츠학/한국영화100년사연구회 회장)
▲ 안태근 박사(문화콘텐츠학/한국영화100년사연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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