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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태근의 다큐세상] 남에게 폐를 끼쳐라- 나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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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태근의 다큐세상] 남에게 폐를 끼쳐라- 나눔
  • 안태근
  • 승인 2021.12.07 17: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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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에게 폐를 끼쳐라"는 당돌한 글 제목은 나약한 세대에게 던지는 강인한 구세대의 가르침이다. 여기서 폐란 끼쳐도 될만하니까 끼치는 폐이다. 글을 쓰는 이유는 단 한 가지이다. 어려운 이 시기를 슬기롭게 극복해보자는 뜻이다. 중앙일보 2021년 11월 18일 오피니언 사설을 읽어보면 “지난해 스스로 극단 선택을 한 자영업자만 944명에 이른다.”고 한다. 이 무슨 날벼락인가? 사방에서 죽겠다는 아우성이 예사로 들린다.

지금은 폐방된 EBS의 휴먼다큐 <다큐 이사람- 난곡 아줌마 엄OO 씨의 세상사는 법>의 주인공 엄OO 여사는 일찍이 남편을 여의고 홀로 되어 세상사는 법을 터득했다. 행상으로 두 자식을 키우고 너무도 적은 수입에도 불구하고 소액이나마 더 낮은 곳의 불우 이웃을 돕고 꽃동네를 찾아 정기적으로 봉사한다.

그렇게 사는 이유는 두 자식에게 인간답게 사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이다. 그래도 자식 농사가 당신이 원하는 만큼 되질 않는다. 그래도 엄 여사는 행복하다. 본인으로선 할 바를 다했기 때문이다. 자식 농사까지 잘 된다면 더 이상 바랄 바가 없지만 그건 또 그들의 몫이다. 그들의 인생은 그들이 사는 것이고 훗날 어머니의 가르침을 깨달을 날이 올 것이다.

<다큐 이사람>은 지금의 팬데믹과 경제 상황이 비슷했던 1998년 IMF 시기에 기획된 프로그램이다. 힘든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 이웃들의 이야기를 통해 희망을 공유하고자 기획되었는데 엄 여사는 그 주인공 중 한 명이다.

엄 여사의 세상사는 법은 첫째, "신세 질만한 사람에게는 신세를 져라"이다. 그러나 그 신세라는 것이 대단한 것은 아니다. 팔다 남은 옥수수를 팔아달라던가 아니면 파출부 일을 하고 부식거리를 조금 얻어오는 것이다. 그러나 결코 공짜는 없다. 어쨌든 신세는 갚는다. 아침마다 약수터에서 약수 한 통을 더 가져와 놓고 가는 것이다. 이쯤이면 "내게도 신세를 져라" 하는 이가 줄지어 늘어선다.

둘째, 자식에게 모범적인 삶을 보여주고 실행시킨다. 정해놓고 충북 음성의 종합사회복지 시설인 '꽃동네'를 찾아 봉사활동을 하는 것이다. 자식들이야 귀찮을 수도 있는 일이지만 어느덧 엄마의 선행에 감화되기 마련이다. 그래도 삐뚤어진다면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셋째, 더 어려운 이웃을 돕는다. IMF 당시에 옥수수 행상과 파출부로 벌던 한 달 수입이 삼십여만 원, 비록 소액이지만 그 금쪽같은 돈을 아끼고 아껴 쓰고 남겨 더 낮은 곳에서 사는 주변의 이웃을 돕는 것이다. 더 정확히 말한다면 이웃을 돕고 남는 돈으로 생활한다고 해야 정확하다.

넷째, 동네의 온갖 궂은일을 몸 안 사리고 나서서 돕는다. 촬영 시기에 수해로 동네 산비탈의 판자집 뒤로 흙더미가 덮쳤다. 자신의 일도 아니련만 그녀는 손발 걷어붙이고 나서서 일을 도왔다. 흡사 1970년대 새마을 영화의 여주인공 그 자체이다. 이러니 동네에서 여자 혼자 자식 키우며 산다고 색안경 쓰고 볼 이가 없다.

처음엔 촬영하는 나도 혹시나 엄 여사가 카메라 앞에서 오버하는 것이 아닌가? 하며 그녀의 행동에 의문을 가졌지만 그것은 그녀의 모습 그 자체였다. 그녀 앞에서 누가 절망을 논하고 슬픔을 논할까? 그녀는 누구보다도 행복했다. 지금은 어떻게 사는지 그녀가 보고 싶다. 엄 여사 화이팅!!

▲ 안태근 박사 (문화콘텐츠학 박사/한국영화100년사 연구회 회장)
▲ 안태근 박사 (문화콘텐츠학 박사/한국영화100년사 연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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