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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 않겠습니다] 배우 신일룡의 영화들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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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 않겠습니다] 배우 신일룡의 영화들 ①
  • 안태근 칼럼니스트
  • 승인 2022.05.28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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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일룡 배우 출연작 '여인잔혹사 물레야 물레야'
▲ 신일룡 배우 출연작 '여인잔혹사 물레야 물레야'

신일룡 배우는 1970년에 데뷔하여 20여 년간 활동하며 60여 편의 영화에 출연하였다. 그의 대표작이라고 하면 신상옥 감독의 <이조괴담>, 장일호 감독의 <인왕산 호랑이>, 정진우 감독의 <섬개구리 만세>, <가을을 남기고 간 사랑>, 김수용 감독의 <아라비아의 열풍>, 정창화 감독의 <심판자>, 임권택 감독의 <증언>, <아벤고 공수군단>, 이두용 감독의 <여인잔혹사 물레야 물레야>, 배창호 감독의 <적도의 꽃>, <황진이> 등이다.

그의 필모그래피의 주인공들은 한결같이 남성다움을 보여주는 캐릭터들이었다. 그의 캐릭터는 과거 신영균 배우나 신성일 배우가 보여준 한국적인 남성상의 모습들이다. 적어도 그는 그 모두를 아우르는 그만의 독특한 캐릭터에 역할들을 녹여내 보여주고 있다. 그는 자신만의 카리스마로 감독이 원하고자 하는 주인공 상을 만들어 보여주었다.

그 중 세 편의 영화를 소개한다. 1982년 임권택 감독의 <아벤고 공수군단>은 우진필름의 정진우 대표가 제작한 우리 시대 최고의 전쟁영화라고 불러도 손색없는 걸작이다. 신일룡, 김희라, 정윤희, 남궁원이 출연한다. 아벤고는 알렉산더, 벤더플, 고 중령 등 부대 리더들의 머리 글자를 따서 만든 특수부대명이다.

전쟁에서 특공대는 소모품에 지나지 않는다는 시나리오도 좋고 잘 만들어진 전쟁영화이다. 적진에 침투하여 임무를 완수하고 장렬히 죽음을 맞는 특공대의 운명은 그야말로 비장하다. 그리고 적진에 홀로 남아 새로 부여된 임무를 끝까지 수행하는 주인공 오일규, 그를 기다리는 여인의 애틋한 러브라인은 영화의 백미이다. 민족의 생존을 위해, 기필코 승전을 거두기 위해, 성 중위를 대신해 스스로 적진의 투입되어 생포되는 기만전술을 펼친 고 중령. 그를 만나기 위해 천신만고 끝에 월남한 부인 등의 스토리는 가슴 짠한 내용들이다. 그 모두 조국의 운명을 위한 책임감에서 기인한 것이라는 성 장군의 회고담으로 영화는 끝이 난다.

규모면에서나 스토리나 당시에도 그렇고 지금도 다시 만들 수 없는 영화라고 생각하며 특히 도입부의 주점 액션신은 가히 압도적이다. 그렇게 만나자 마자 헤어진 두 남녀의 이별은 더욱 안타깝게 와닿았다. 당시 50회 촬영을 기록했는데 한국 최초의 기록으로 영화의 완성도를 높였다.

정진우 감독의 1984년작인 신일룡, 이미숙 주연의 <가을을 남기고 간 사랑>은 패티김의 노래로 많이 알려진 주제가이다. 쓸쓸하기도 하지만 한없이 사색에 잠기게 하는 박춘석 작곡의 이 노래는 정진우 감독에 의해 영화화되었다. <가을을 남기고 간 사랑>이야말로 가을에 가장 어울리는 영화일 수도 있다.

신일룡, 이미숙 주연의 이 영화는 <여명의 눈동자>가 촬영 중단되며 그 주인공들인 신일룡, 이미숙을 캐스팅하여 촬영이 시작되었다. 내용은 정 회장(김진해)의 첩으로 그늘에서 살아가던 이미숙에게 김진해의 비서인 젊은 남자 신일룡이 나타나며 벌어지는 욕망의 소용돌이를 그린 영화다. 초창기의 동시녹음작으로 가평과 월정사 등지에서 촬영하였으며 주제가와 걸맞는 영상이 수려하게 보여진다.

영화는 이만희 감독의 <만추> 이상으로 두 남녀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 안타까움을 더한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그린 정진우 감독의 추구한 사랑 테마의 마지막 편이기도 한데, 격정적이면서도 뜨거운 사랑을 신일룡과 이미숙이 온몸을 불사르며 열연했다. 이 영화의 원제는 <두견새 왜 피를 토했나>이다. 1982년에 크랭크인되어 50% 이상 촬영을 마쳤으나 어느 날 갑자기 장기간 제작 중단되었다가 1984년 재촬영되어 개봉되는 아픔을 겪었다.

신일룡, 원미경 주연의 <여인잔혹사 물레야 물레야>는 1984년 이두용 감독작으로 한국 최초로 칸국제영화제에 초청되어 ‘주목할 만한 영화’ 부문을 수상했다. 시나리오는 임충 작가가 집필했고 임자 없이 떠돌던 시나리오를 이두용 감독은 한림영화사 김갑의 기획실장에게서 전달받았다. 이두용 감독이 읽어보니 '망자 결혼식', '뒤바뀐 신분', '씨내리' 등 세 편을 모아놓은 <전설의 고향>류의 옴니버스 시나리오였다.

이는 이미 신상옥 감독이 만든 <이조여인잔혹사>와 별 다른 게 없는 내용이었다. 이두용 감독이 주저하자 영화계 사부였던 인연의 한림영화사 정소영 대표는 마음대로 고쳐서 만들라고 주문했다. 그로서는 이두용 감독이야말로 대종상에서 작품상을 받아 외화 쿼터를 받아 위기의 영화사를 구출해줄 구세주로 보였을 것이다. "해보죠!" 승락을 하고는 이 감독은 직접 시나리오 각색에 들어갔다.

당시 대종상 마감 기일이 두 달여 앞이라 이 감독은 일주일 동안 시나리오를 만들고 제작부는 헌팅을 완료했다. 그리고 영화의 주요 무대인 강릉으로 촬영을 떠났다. 여배우도 J에서 원미경으로 바뀐 상태이고 신일룡 배우가 캐스팅 되어 그나마 다행이었다. 제작부는 부랴부랴 장소 섭외를 하고 촬영은 급속도로 진행이 되었는데 이성춘 카메라 감독의 영상미는 배수진을 친 듯 예사롭지 않았고 이두용 감독은 신들린 듯 연출하였다. 배우들과 스태프 역시 일사불란한 모습으로 움직여 영화는 기일 내에 완성되어 무사히 출품을 마칠 수 있었다.

이 영화는 대사가 적고 원미경, 신일룡 배우의 연기가 뛰어났다. 세련된 영상미로 이두용 감독의 장인정신이 두드러져 관객들을 압도했다. 무엇보다도 이경자 편집 감독의 섬세한 손길로 영화는 편집의 교본처럼 빛이 났다. 엔딩에서 남편이 준 은장도를 쓰지 않고 자신의 의지로 목을 매단 여주인공 길례의 모습은 양반사회의 권위에 도전하는 여인의 항거였다. 이 울림은 강렬했고 긴 시간 여운이 가시지 않았다.

이 영화는 목표했던 대종상을 석권하고 기타 영화제에서 수상한다. 그리고 시카고국제영화제에서 촬영상까지 수상했다. 이 영화야 말로 이두용 감독이 무덤까지 가지고 가야 할 그의 대표작이다. 신일룡 배우의 출연작을 다시 볼 수 있는 한국영상자료원의 ‘신일룡 배우 전작전’ 개최가 기다려진다.

▲ 안태근 (문화콘텐츠학 박사, 한국영화100년사연구회 회장)
▲ 안태근 (문화콘텐츠학 박사, 한국영화100년사연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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