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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태근의 다큐세상] 270일간의 기록- 싱가포르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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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태근의 다큐세상] 270일간의 기록- 싱가포르 촬영
  • 안태근 칼럼니스트
  • 승인 2022.11.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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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양의 지정학적 중심지로 경제와 무역의 거점이 된 싱가포르
▲ 동양의 지정학적 중심지로 경제와 무역의 거점이 된 싱가포르

2004년 4월 12일(화)의 촬영기록이다. 수카르노 하타 국제공항에서 1시간 20분 걸려 창이(장기)공항에 도착했다. 인구 400만 명의 싱가포르는 생동하는 도시로 활력이 넘친다. 싱가포르의 인상은 들었던 대로 깨끗한 도시국가이다. 서로 다른 종교문제도 극복해내고 화교들이 상권을 쥐고 있는 도시이다.

4월 13일(화) 창이(장기)형무소는 아직도 형무소로 쓰이고 있다. 그 옆의 기념관에서 자료를 촬영했다. 오후에는 한국인 집단억류소 터(케인힐 언덕 위)와 일본인 거류지 터를 찍었다.

4월 14일(수) 한인회를 방문 생존자를 찾다. 당시 생존했던 최고령 노인은 영국으로 이민을 가서 연락처만을 받다. 당시 기지인 센토사 섬과 출입국 항구인 클리포드 피어 (구 부두)를 촬영했다.

4월 15일(목) 부두에서 인터뷰 및 크루즈 선박을 타고 항구를 떠나는 귀환 이미지 씬 촬영 하였다. 크런지 전쟁기념관을 찍으러 갔으나 기념관은 개관 예정이어서 묘지만 촬영하고 22시 35분 창이공항을 출발했다.

4월 16일(금) 5시간 40분 걸려 새벽 6시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회사에 오니 해외출장 전 방송문화진흥회에 제출한 기획안이 채택되어 3부작 제작비로 1억 5천만 원 지원 소식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제 촬영이 본격화된다.

싱가포르는 국제도시로 촬영할 일이 많은 곳이다. IMF가 있었던 1997년에도 <다큐 스페셜 더 큰 사랑을 위하여, 복지한국을 생각한다> 촬영 차 이곳을 방문해 선진 복지 현장을 취재했었다. 이곳을 촬영 후 미국으로 갔었다. 동양에서는 일본과 싱가포르가 손꼽히는 복지 선진국이다.

2010년에도 특집 다큐멘터리 <석유> 촬영 차 이곳에 들렸다. 보이지 않는 석유가격 조정의 근원지를 찾아서 최OO 코디와 함께 9시에 주롱섬 서쪽으로 갔다. 석유 비축기지는 총으로 무장한 경찰에 의해서 삼엄한 경계로 입장이 차단되어 있었다. 할 수 없이 차를 타고 가며 찍거나 육교위에 올라가 찍었는데 아무래도 부족해서 근처의 높은 곳에 올라가려고 동네를 돌아다녔다.

멀리서나마 저장 시설을 찍을 수 있는 곳을 찾아 근처에서 제일 높은 물류창고를 찾아갔다. 친절한 직원이 안내까지 해주어서 옥상에 올라가보니 주변의 저장시설들이 한 눈에 들어온다. 글 앞에 소개한 바로 그 장면이다. 그런데 촬영을 마치고 가던 중에 우리 차 넘버를 조회하여 연락이 왔다. 싱가포르는 경찰의 손바닥 안에 있는 도시였다.

사복경찰과 촬영 내용에 대해 실랑이하며 1시간 반을 허비했다.
▲ 사복경찰과 촬영 내용에 대해 실랑이하며 1시간 반을 허비했다.

경찰과 만나니 촬영된 장면을 보자고 했다. 그는 별 문제가 없을 장면을 큰 문제가 있는 양 한참을 보더니 모두 지우라고 한다. 코디가 나서서 항변해보았자 필요가 없었다. 결국 1시간 반이나 실랑이를 했지만 통하지가 않았고 어쩔 수 없이 촬영 테입 하나를 삭제를 했다. 싱가포르라서 너무 방심한 탓일까? 다른 나라라면 긴장해서 찍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든다.

촬영에 관대한 나라는 어디에고 없다. 코디를 통해 완벽히 섭외를 해야 하고 일반적으로 허용 된 촬영이 아닌 곳에서 즉흥적인 촬영은 금물이다. 카메라맨이 슬쩍 찍는 경우가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틀림없이 문제가 발생된다. 이러한 원칙을 잘 알고 있는 나이지만 어쩔 수 없이 욕심을 부리다가 벌어진 일이었다. 세상에 뜻한 대로 만족스럽게 끝나는 촬영은 없다. 그러기에 한 숏이라도 더 애착을 갖게 되는 게 연출자의 숙명이다. 그래도 싱가포르는 언제든 가보고 싶은 곳이다.

안태근 (문화콘텐츠학 박사, 한국다큐멘터리학회 회장)
▲ 안태근 (문화콘텐츠학 박사, 한국다큐멘터리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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