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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국장의 민심] ‘토사구팽’의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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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국장의 민심] ‘토사구팽’의 위험
  • 김충식 기자
  • 승인 2020.08.25 01: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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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식 편집국장
▲ 김충식 편집국장

“허물은 남과 같이할지언정 공덕은 같이하지 말라. 공덕을 같이하면 서로 시기하기 때문이다. 환난은 남과 같이할지언정 안락은 같이하지 말라. 안락을 같이하면 서로 원수처럼 싸우기 때문이다.”

어려움을 같이하면 서로 도와 정(情)이 두터워진다. 그러나 안락을 같이하면 그 안락을 놓고 서로 시기하고 다투는 바람에 이내 원수가 된다. 환난은 같이할지언정 안락은 같이할 수 없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월왕 구천(句踐)이 패업 완성에 공헌했던 대부 문종(文種)을 토사구팽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에 속한다. 당시 문종과 함게 구천의 패업을 도운 범리는 문종을 찾아가 구천 곁을 함께 떠날 것을 청했다.

“옛날 말에 ‘날렵한 새를 모두 잡으면 좋은 활은 쓸모가 없게 되고, 교활한 토끼를 모두 잡으면 사냥개를 삶아 먹는다’고 했소. 월왕은 기 목에 가마귀 입인 장경오훼(長頸烏喙)의 상을 하고 있어 환난은 같이할 수 있어도 안락은 함께할 수 없는 인물이오. 속히 나와 함께 떠나도록 합시다. ”

그러나 문종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가 결국 토사구팽의 희생양이 되고 말았다. 사서에 나오는 최초의 토사구팽에 해당되는 이야기다.

역사상 토사구팽의 대표적인 두 번째 사례로 거론되는 것이 초한전 당시 유방에 의해 비참한 최우를 맞이하게 된 한신(韓信)이다. 그 역시 휘하 참모 괴철(蒯徹)의 조언을 받아들이지 않고 만연히 대처하다가 토사구팽의 재물이 되고 말았다. 역대 왕조의 개창 때 거의 예외 없이 유혈극이 펼쳐졌던 것은 강신(强臣)의 위험성 때문이다. 강신이 존재할 경우 뒤를 잇는 제왕이 이들을 통제하기 어렵게 된다. 군주는 약하고 신하는 강한 군약신강(君弱臣强)이 등자하는 이유다.

창업주가 자신의 손에 피를 묻혀가며 토사구팽을 감행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후사(後嗣)의 왕권행사를 보장해 만대에 이르도록 왕업을 유지하고자 했던 것이다.

작년 말부터 중국의 우한에서부터 시작된 코로나19(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일명 우한폐렴) 사태가 최근 겉잡을 수 없이 퍼지고 있다. 한국은 8월 24일 현재 266명의 확진자가 발생해 총 17,665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이중 완치자는 14,219명이고 사망자는 309명이다.

코로나(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일명 우한폐렴) 사태를 초기에 진압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치료에 나선 이들이 의사·간호사 등 의료진들이다. 의사들은 근무하는 병원에 휴가를 내고 대구로 내려 갔고, 떼약볕에도 이중 삼중의 방호복을 입고 환자들과 사투를 벌였다.

그런 그들이 최근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며 오는 26일부터 파업에 돌입한다. 정부가 의료진들이 부족하다며 매년 400여명에 가까운 의사들을 더 뽑기 위해 공공의대를 설립하고 입학추천권을 각 시, 도지사가 추천하는 방식을 주장하고 있다. 공공의대가 설립되는 지역은 전라도다. 또 학비, 기숙사비 등 들어가는 일체의 비용을 국가가 지원하고 10년간 의무복무를 하도록 했다.

그런데 의대를 국가에서 설립하고 교수를 채용하는데 들어가는 비용뿐 아니라 학생들을 교육시키는데도 엄청난 비용이 들어간다. 실습도 해야 할 뿐만 아니라 병원에서 근무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줘야 한다. 즉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뿐만 아니라 의사와 한의사간의 오랜 앙금이 남아 있는 상황에 한의원의 첩약에 대해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방안도 나왔다. 코로나19를 한의사가 고쳤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는데도 말이다.

중요한 것은 의사들은 정부가 필요하면 사용하고 필요 없으면 버리는 물건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데 정부가 의사를 ‘공공재’로 인식하는 순간부터 이용당하다 버려지는, 그래서 더 의사가 필요한 도구로 전락해 버려진 것은 아닌지 합리적 의심을 저버릴수가 없다.

힘들고 어려울 때 목숨 바쳐 환자를 치료하고, 오직 생명을 살리기 위해 코로나와 싸운 의료진들에게 정부는 수당조차 제대로 지급해주지 않았다. 그리고 의사수를 늘리기 위한 정책입안 과정에서 의사들과의 대화 또한 제대로 하지 않았다.

일에는 순서가 있는 법이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무엇이 잘못됐는지 원점에서 다시 돌이켜 봐야 한다. 의사들이 정부안을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파업하는 의사들에게 의사면허를 취소한다고 겁박할 게 아니다.

그럴거라면 택시기사 파업했을 때 택시면허증 취소했어야 옳고, 노동자들이 파업할 때 모조리 해고했어야 옳다. 정부와 친하면 받아주고, 정부와 친하지 않으면 적대시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정부를 믿고 가려는 국민이 얼마나 있겠나.

정부가 관련 단체와 대화하지 않고, 밀어붙이기식의 행정을 펼치면 의사들로부터 외면당하는 것이 아니다. 정부 또한 국민으로부터 외면당하는 ‘토사구팽’ 당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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