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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형욱의 유통칼럼] 명품 짝퉁의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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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형욱의 유통칼럼] 명품 짝퉁의 진화
  • 정형욱 칼럼니스트
  • 승인 2022.04.09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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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압구정에 본점을 둔 G백화점 온라인쇼핑몰 총책임자로 근무하던 시절, 백화점 온라인몰에 명품 브랜드 입점을 추진하였다.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지만, 당시 명품 브랜드 본사는 브랜드 가치의 훼손과 이미 전 세계적으로 포진한 오프라인 공식 판매채널과의 판매구조로 인해, 온라인을 통한 상품 판매를 달가워하지 않았다. 

따라서 온라인에서는 공식 수입 라이선스를 가진 국내 총판을 통해 공급되는 상품이 아닌, 개인이나 특정 업체가 해외에서 직접 해당 상품을 들여와서 국내에서 유통시키는 이른바 ‘병행수입’ 채널을 통해 이루어졌다. 

최근 일부 명품 브랜드가 직접 온라인몰을 운영하기도 하지만 오프라인과의 가격 차이가 거의 없다 보니 같은 가격으로 굳이 온라인 제품을 구매하려는 고객 비중은 높지 않다.

◆ 명품 이미지를 지켜라

G백화점은 국내 명품백화점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으나, 당시 해당 백화점의 온라인몰은 이른바 프라다, 구찌, 생로랑, 페라가모 같은 대중화된 명품 상품을 전혀 취급하지 않고 있었으며, 이는 오프라인 백화점 매장에 입점해 있는 명품 브랜드 국내 총판의 격렬한 반대에 그 원인이 있기도 했었다.

당시 이미 롯데나 신세계, 현대 할 것 없이 병행수입을 통한 온라인 명품 브랜드 판매는 일반적인 상황이었는데, 유독 G백화점 온라인몰만 병행수입 상품을 취급하지 않고 있었던 것은 병행수입을 취급하다가 백만분의 일이라도 가품이 판매되었을 경우 경영진으로부터 그 문책을 감당할 자신이 없었던 쇼핑몰 운영자의 두려움도 한몫했다. 

명품 브랜드들은 자신들의 브랜드 가치를 올리기 위해, 국내 판매점포의 무리한 확장을 희망하지 않고 있으며, 이에 따라 국내 유명백화점의 지방점포 같은 경우 명품 브랜드의 입점을 성사시키지 못해서 병행수입업자들을 통한 명품 브랜드 판매를 편집숍 형태로 진행하곤 했다. 

필자가 온라인쇼핑몰에 병행수입 명품 판매를 기획했을 때도, 당시 백화점 경영진의 반대가 유독 심했는데, 예상했던 것처럼 병행수입상품은 오프라인 백화점의 명품 이미지를 훼손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주원인이었다.

혹시라도 인터넷에서 판매하는 상품이 짝퉁일 경우, 최근 무신사가 판매한 상품이 가품 논란에 빠져 무신사를 ‘짭신사’로 표현하며 비난하는 사건이 생긴 것처럼 G백화점에서 짝퉁상품을 판매했다는 것이 기사화되면 오프라인 백화점 명성에 상당한 타격이 올 수 있다는 것이다.

적발된 명품 가품
▲ 적발된 명품 가품

 

◆ 진품? 가품?

온라인쇼핑몰 총괄 관리자로서 필자가 명품 브랜드를 온라인몰에서 적극 판매하려던 이유는, 이미 G백화점 오프라인 매장(대전점)은 편집숍 형태로 여러 브랜드의 명품을 병행수입 형태로 외부 업자에게 위탁 판매를 진행하고 있는 상태였기에, 온라인쇼핑몰에서만 병행수입 제품 판매를 제한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판단해서였다

“백화점 온라인쇼핑몰에 명품 상품이 하나도 없는 것은 구더기 무서워 장을 못 담그는 형국으로 그게 더 브랜드 가치를 떨어뜨리는 것이다”라는 논리로 경영진을 설득하였다.

이때 여전히 불안해하는 경영진에 대한 안전장치로 내세운 것이 200% 보상제도였다. 혹시라도 G백화점 온라인쇼핑몰에서 판매한 명품이 짝퉁으로 판명 날 경우 구매금액의 2배를 고객에게 보상하겠다는 제도로, 이는 고객에게 G백화점 온라인 쇼핑몰은 그만큼 상품의 정품보장을 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동시에 고객은 구매를 결정하는데, 만약 가품이라면 2배를 보상해 준다는 점에서 안전한 보험을 든 기분이고, 이를 통해 신뢰성이 향상된다는 마케팅적 차원에서 접근한 전략이었다. 

에르메스
▲ 에르메스

보기 좋게 200% 보상제를 해당 제품에 크게 써 붙이고, 온라인 MD가 인정한 ‘Parallel Import’ 상품이라고 마크를 찍어 이를 G백화점 온라인 MD가 검수하고 보증하는 것처럼 표기를 해 이후 온라인쇼핑몰의 가치와 매출은 급격히 상승시켜 놓았다. 

하지만 사실 명품제품에 대해 진품을 가려낼 수 있는 전문 MD는 국내에 한 명도 없을 것이다. 백화점 자체에 진품 여부를 검토할 수 있는 전문 교육을 받은 인력도, 부서도 전무한 것이 현실이었다. 최근 쇼핑몰을 방문해보니 200% 보상제도도 보이지 않았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인 김정숙 여사가 ‘까르띠에’ 브로치처럼 보이는 제품을 착장한 것을 두고 해당 제품이 정품인지 궁금해하는 과정에서 명품 브랜드사가 보여준 사례와 마찬가지로, 명품 브랜드 본사는 절대로 자사 브랜드 제품에 대한 진위여부를 판명하여 주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또한 이미 구매한 제품의 진위 판단은 절차상 판매자가 하는 것이 아니라 구매자가 가품임을 증명해야 한다. 물론 구매자 입장에서 본인이 구매한 제품이 가품인지 증명해 내는 과정은 녹록지 않고, 이른바 국내 명품 판별 전문가라는 사람들의 검증을 받더라도 이는 법적으로 참고자료일 뿐 절대적 공신력을 인정받기 어렵다. 

판매자 입장에서는 판매한 명품의 가품 논란이 발생하더라도, 이를 통한 실질적 피해는 크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이미 병행수입업자와 입점 계약 시 해당 제품의 판매를 통한 분쟁 발생 시 책임은 병행수입업자의 책임으로 계약을 체결하였고, 이로 인한 모든 법적 책임 역시 병행수입업자에게 전가한 상황이므로 나설 이유가 없다. 

롤렉스
▲ 롤렉스

 

◆ 도대체 진품은 무엇?

하지만 최근 관련 법령의 수정으로 통신판매업자와 통신판매 중개업자 모두, 관련 법령상 해당 쇼핑몰에서 판매된 상품에 대한 책임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백화점은 병행수입업자를 통해 명품을 판매할 때, 안전장치를 강화하기 위해서 타 유명 백화점에서 이미 병행수입 상품을 취급하고 있는 업자를 통해 입점시키기도 한다. 

이는 혹시라도 해당 업자의 상품이 가품 논란에 휘말려도, 우리 백화점뿐만 아니라 다른 백화점도 같은 리스크를 공유하게 되는 것이므로, 이른바 혼자 독박 쓸 일은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해도 병행수입업자가 들여오는 상품에 대해 한번 살펴볼 필요는 있다. 명품 브랜드들이 자사의 제품을 공급하는 채널은 첫째, 브랜드 본사가 해외국가에 공식 판매처를 직접 운영하는 방법, 둘째, 국가별 공식 디스트리뷰터인 해당국 총판업자를 통한 공급, 셋째, 유럽 명품 편집숍에 상품을 공급하는 방식으로 크게 나누어 볼 수 있다. 

이 3개 채널 중 병행수입 상품이 발생하는 유럽 명품 편집숍의 비중이 가장 높다.

이러한 편집숍은 차년도 신상품을 미리 매입할 때, 주문 물량 기준으로 할인을 받는 경우가 많기에 더 많은 상품을 주문하여 좋은 마진을 확보하고자 하는 노력을 기울이게 된다. 이 과정에서 실제로 자기 매장에서 소화할 수 있는 물량보다 몇 배에 달하는 물량을 요청하여 구매 협상의 우위를 점하고자 하는 전략을 취한다.

브랜드에서는 해당 편집숍이 구매력이 있을 경우 더 나은 조건과 한정 상품의 공급을 제공하기도 하기에 해외 현지 편집숍은 구매물량을 늘여 바잉파워를 제고하기 위한 과정에서, 해외 병행수입업자와 비공식적으로 손을 잡아 병행수입업자의 물량을 포함한 주문을 하게 된다. 

물론 이 과정을 명품 브랜드에서 모르는 것이 아니고, 브랜드에서도 편집숍 구매량에 대해 면밀한 검토를 진행하고, 해외로 해당 제품이 유출되지 않도록 지속적인 관리를 하지만, 완벽한 관리란 애초에 불가능하지 않는가. 

이렇게 유통된 상품은 병행수입업자에게 넘겨지고, 병행수입업자는 이를 수입하여, 국내에 유통하면서, 마진을 줄여 오프라인 판매제품보다 저렴하게 상품을 판매하는 것이다. 

예전 박근혜 정부 당시 병행수입상품에 대한 권장 정책 중 병행수입 상품의 QR 인증이 마치 정품 인증으로 오인되어 병행수입 상품이 확산된 것도 사실이다. 

QR 인증이라는 것은 세금(관세)을 내고 들여왔다는 것에 대한 인증이지, 정품이라는 인증은 아닌데, 정품표준가격의 세금을 치르고 들여온 것이라면, 해당 제품은 정품일 가능성이 크다는 오해로 마치 정품 인정처럼 인정받는 면이 있었다(짝퉁이 정품 소비자가격의 관세를 부담할 가능성이 적은 것은 사실이지만). 

이렇게 국내에 들어온 병행수입 상품은 브랜드로부터 시리얼 넘버나 제품 내 시크릿하게 붙어 있는 표시로 유통과정을 추적당할 수 있기에 해당 택을 제거하는 경우도 일부 있었다.

샤넬
▲ 샤넬

 

◆ 가품의 범람

이러한 제품이 가품 논란에 빠지게 되면 정품 상품이라도 공식 채널을 통해 들여온 것이 아니기에, 국내 공식총판에서는 해당 제품의 진위여부를 감정해 주지 않는다. 

해당 제품을 직접 해외로 보내 질의를 해도 브랜드 본사에서는 비공식적 판매 채널에 대한 공식적 태도를 보이지 않으며 해당 국가의 공식 판매 채널과의 관계를 고려해, 정품 여부 판명을 보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같은 틈을 타고 나타나는 것이 이른바 짝퉁 상품인데, 최근의 짝퉁 상품은 생산과정도 진품 생산과정 못지않게 우수한 시설에서 생산하고, 원단 또한 진품에 가까운 우수한 품질을 추구한다. 판매가 역시 국내 일반 브랜드 가격과 유사한 수준으로 모든 면에서 정품과의 차이가 줄어드는 추세이다. 

짝퉁 또한 등급이 있다. 제일 우수한 짝퉁은 정품생산과정에서 공장에서 뒤로 흘러나오는 제품으로 몰래 추가 생산하여 이를 유통시키는 제품으로 이는 짝퉁이라고 하기에 모호한 정품과 같은 상품이다. 

두 번째 제품은 정품생산과정상 품질검사에서 불합격한 제품으로 폐기되어야 할 제품이 폐기되지 않고 유통되는 상품이다. 

미세한 불량이나 마감질 오류 등 브랜드 품질검사에서 걸러진 제품이 완전 폐기되거나 소각되어야 함에도 유통되는 것으로 이러한 제품이 두 번째로 우수한 정품범주의 짝퉁이라 할 수 있다. 

세 번째 제품은 정품에 들어가는 모든 원단과 그대로 정교하게 모방하고 품질 또한 정품에 뒤지지 않게 장인정신으로 만든 짝퉁제품으로 이른바 ‘S등급 짝퉁’. 정품을 완전히 분해하여 철저히 연구하고, 완벽하게 복제하는 제품으로 가격 또한 소비자가 보기에는 합리적인 가격으로 책정되며, 절대 저가로 판매되지 않고 있다.

네 번째 제품 부류는 그야말로 허접한 짝퉁이다. 이는 개발도상국가 시장 뒤편에서 거래되는 것으로 처음 볼 때는 그럴듯하나, 한두 번 사용하거나 시간이 지나면 금방 티가 나는 제품이다. 

 

◆ 누군가는 책임져야

온라인쇼핑몰에서 판매되는 상품은 언제나 가품 논란에 빠진다. 그 원인은 면세점과 달리 백화점에서는 명품의 직매입을 거의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즉 백화점 온라인몰에서 판매하는 제품은 대부분 백화점 매장의 제품과는 다른 채널로 유통되는 반면, 고객은 백화점 온라인몰에서는 해당 백화점과 똑같은 방식으로 상품을 취급할 거라는 믿음 혹은 착각을 통해 판매가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온라인쇼핑몰에서는 직매입을 하지 않더라도 장기적인 고객 보호 차원에서 QA(Quality Assurance)부서를 운영할 필요가 있다. 백화점 또는 쇼핑몰 입장에서 명품에 대한 전문가를 양성해 해당 제품이 진품인지 가품인지를 백화점 전문 집단이 판명할 능력을 키워야 한다. 

고객은 쇼핑몰의 명성을 보고 구매를 한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책임질 수 있는 누군가는 있어야 할 것 아닌가. 언제까지 입점 업체와 고객 당사자간 거래니 나는 모르겠다는 입장을 취할 것인가. 정말 백화점 이미지를 생각한다면 명품에 대해서 보다 철저한 전문적 관리가 필요하지 않을까.

▲ 정형욱 ​​​​​​​前) 하나투어 SM면세점 온라인기획부서장 ​​​​​​​前) 갤러리아면세점 인터넷점장 前) 갤러리아백화점 전략실 e-커머스팀장 前) 신세계몰 EC사업부 EC기획총괄 前) 롯데백화점 유통정보연구소 연구원
▲ ▲ 정형욱 前) 하나투어 SM면세점 온라인기획부서장 前) 갤러리아면세점 인터넷점장 前) 갤러리아백화점 전략실 e-커머스팀장 前) 신세계몰 EC사업부 EC기획총괄 前) 롯데백화점 유통정보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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