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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태근의 다큐세상] 신일룡 배우 리콜렉션 ④ '청계산 일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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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태근의 다큐세상] 신일룡 배우 리콜렉션 ④ '청계산 일대'
  • 안태근 칼럼니스트
  • 승인 2022.06.22 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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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원지동 청계산 자락에 자리한 ‘신일룡의 호두파이’ 매장
▲ 서울 서초구 원지동 청계산 자락에 자리한 ‘신일룡의 호두파이’ 매장

청계산은 신일룡 회장이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한 곳으로 ‘신일룡의 호두파이’ 대형 매장이 있다. 그와 청계산과는 인연이 깊다. 그는 이곳에서 5년가량을 ‘신일룡의 닭 한마리’ 식당을 운영했었다. 그가 직접 요리하지는 않았지만 그와 닭요리의 인연이 오래되었음을 알 수 있다. 함께 운영했던 호두파이 전문점 ‘W-너트(W-nut)’ 본사도 이곳이다.

이곳은 그의 인고의 세월을 상징한다. 참혹했던 심정을 차분하게 해주는 호두파이 만들기는 그에게 숙명처럼 다가왔고 그 현장이 바로 이곳이다. 그는 새벽이면 일어나 호두파이를 직접 반죽하며 일과를 시작하였다. 그는 청계산에 그만의 등산로를 개발했다. 조용히 산을 오르며 새로운 사업 구상도 하였다.

많은 비즈니스맨들이 그를 찾아왔고 지인들도 만났다. 5년이라면 결코 그의 인생에서 짧지 않은 세월인데 그가 이곳에서 그 인고의 세월을 견뎌낸 것이다. 나는 당시에 근무하던 도곡동 EBS 본사가 이곳과 가까워 수시로 들려 닭 한 마리를 즐겨 먹었다. 회식 때에도 이곳을 찾았으며 영화인들과의 만남의 자리도 주선하였다. 이두용 감독, 황정리 배우, 또 미국에 거주하는 영화배우 겸 그랜마스터인 바비 킴이 내한했을 때에도 이곳에서 만남을 가졌다.

이곳의 기온은 산 아래와 2~3도 차이가 난다. 그만큼 공기도 신선하다. 경기도 성남시와 인접했고 등산객들이 몰리는 곳이지만 이곳의 단점은 오후 시간이 되면 왕래하는 사람들이 없다는 점이다. 그야말로 점심장사로 끝이 난다. 그럼에도 그가 이곳을 사수한 것은 미지수이다. 그를 꼼짝없이 만든 원인은 무엇일까? 그것은 그가 청계산을 진정으로 좋아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 외에 그가 말년까지 화를 주체하지 못하게 했던 사건이 일어난 곳도 이곳이다. 그와 동업 관계였던 K와 금전문제는 그를 정신적으로 급속도로 망가뜨렸다. 그의 마음을 황폐하게 만든 것은 깨진 믿음 때문이다. 그의 억울함이야 이루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었다. 남겨진 글을 읽으며 그가 이곳에서 겪었던 가슴 아픈 사건의 내막을 알게 되었다. 동업이란 그래서 힘든 것이며 더구나 타인에게 자신의 카드나 명의를 빌려주며 겪는 일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그의 생애에서 이런 일들이 벌어진 것은 사람을 믿어주는 그의 착한 심성 때문이다. 그의 빚도 이러한 사건이 배경이 되며 벌어진 일이다. 아직도 유가족이 소송 중인데 고인의 억울함은 꼭 풀어주어야 할 것이다.

신 회장은 2018년 1월에 신축 건물로 이사하며 본사를 오픈했다. 오픈 행사로 등산로 입구에서 전단지를 돌리고 무료로 커피 시음 행사를 가졌다. 엄청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지인들이 나서서 호두파이 맛보기 행사를 펼쳤다. 그의 성공을 기원하는 마음에서였다. 나 역시도 ‘한국이소룡기념사업회’ 회원들과 즐거운 마음으로 기꺼이 동참했다.

그리고 50평 규모의 매장은 갖가지 행사를 주최하는 공간으로도 활용되었다. 행사가 있다면 그의 지인들이 적극 동참하여 참석해 자리를 빛내주었다. 이곳의 호두파이 매장은 이제 그의 유가족들이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서 커피 한 잔을 마시면 같은 공간에 아직도 그가 살아있는 듯 그의 체취를 느낄 수 있다.

신일룡 배우를 사랑하는 모임 회원들과 청계산 아지트에서 저녁 식사 중
▲ 신일룡 배우를 사랑하는 모임 회원들과 청계산 아지트에서 저녁 식사 중

그의 매장에서 만난 후 저녁식사를 하게 되면 가는 식당이 있다. 이곳이 그의 청계산 아지트라고 할 수도 있다. 거창한 곳이 아니고 외관상 허름한 식당인데 할머니가 하는 곳이다. 이곳의 여러 메뉴는 모두가 맛있는데 식당을 업으로 하는 것이 아닌 취미로 하는 듯 가끔은 휴업을 하는 것이 흠이라면 흠이다.“아, 옛날이여~!!” 청계산은 언제나 방문하고 싶은 곳이기도 하다.

안태근 (문화콘텐츠학 박사, 한국영화100년사연구회 회장)
▲ 안태근 (문화콘텐츠학 박사, 한국영화100년사연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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