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4-04-27 21:53 (토)
[안태근의 다큐세상] 신일룡 배우 라이프 스토리 ⑬
상태바
[안태근의 다큐세상] 신일룡 배우 라이프 스토리 ⑬
  • 안태근 칼럼니스트
  • 승인 2022.06.11 06: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980년 이경태 감독의 '불새'
▲ 1980년 이경태 감독의 '불새'

1980년, 연방영화사가 제작하고 명보극장에 개봉한 <불새>는 이전 무예영화에서 보아온 신일룡 배우의 이미지에서 더 성숙한 이미지를 선보였다. 물론 감독들은 아직도 그의 육체를 보여주고자 시도했고 그것이 신 배우의 장점이자 트레이드 마크였으므로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국내 컴백작인 <불새>는 그가 무예배우에서 성격배우로 탈바꿈하기 시작한 영화이다.

이후 그는 정진우 감독의 야심작인 김성종 원작의 <여명의 눈동자>에 출연한다. 이 소설은 결국 MBC의 김종학 PD에 의해서 36부작 드라마로 만들어졌지만 기획은 10년 앞서 정진우 감독이 먼저이다. 이는 고바야시 마사키 감독, 나카다이 타츠야 주연의 일본영화 <인간의 조건>을 방불케 하는 스펙터클 대작이다. <여명의 눈동자>의 주인공 최대치 역은 당시 신일룡을 능가할 배우가 떠오르지 않았다. 신 배우는 최윤석, 그리고 이미숙과 함께 캐스팅되었다.

촬영은 대규모의 중국 성곽 마을을 야외세트를 만들어 크랭크 인하였다. 당시 화제가 되어 KBS의 이원홍 사장도 현장을 방문하여 참관하였다. 방송사도 엄두내지 못한 대하드라마를 영화사가 기획하여 촬영을 시작하니 당연히 화제가 되었고, 그 주인공이 바로 신일룡 배우였다. 영화는 대하드라마인 <여명의 눈동자> 1편만을 영화화한 것이다. 10권짜리 대하소설을 한 편으로 압축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1부가 흥행에 성공한다면 계속해서 10부작으로 기획한 영화이다. 일본의 <인간의 조건> 6부작이 그러하다.

이러한 획기적인 영화가 그만 불발되고 만다. 사고는 어떤 여배우의 밀고로 시작되었다. 없던 죄를 뒤집어 씌우던 시절이니 있었던 일인데 정진우 감독은 촬영지에서 체포되어 그만 구치소에 수감되고 만다. 그럴 수가 있나 하겠지만 당시 서슬 퍼렇던 5공 시절이라면 이해가 될 것이다.

정 감독이 서대문 구치소에서 창밖을 보니 촬영하던 설경이 사리지고 어느덧 개나리가 피고, 개나리가 지니 진달래가 피고 졌다고 한다. 그리고 석방되어 다시 현장을 찾았을 때에는 세트는 무너지고 연결 상황을 찍을 수 없어 촬영은 무기한 연기된다. 당시 연출부였던 나는 일본군복을 햇볕에 말리던 기억뿐이다. 영화는 하염없이 시간 가기를 기다려야 했고 그는 같은 영화사가 기획한 전쟁대작 <아벤고 공수군단>에 출연하게 된다. 이 영화의 감독은 거장 임권택 감독으로 이미 그와는 1970년에 제작된 전쟁 대작 <증언>에서 함께 한 바 있다.

신일룡 배우는 전쟁영화와도 잘 맞아 여러 편에서 거장들과 함께 했는데 1971년에 신상옥 감독의 <평양폭격대>, <전쟁과 인간> 외에 1972년에 고영남 감독의 <특공외인부대>, 이만희 감독과 <04:00 1950>, 1973년에 임권택 감독의 <증언>, 그리고 <아벤고 공수군단>과 같은 해인 1982년에 만들어진 최하원 감독의 <경의선>이 있다. 영화 속 캐릭터는 한결같이 군인정신을 보여주는 용감무쌍한 그의 캐릭터이다.

군인 역할 만큼 그와 잘 맞아 떨어지는 배역도 없을 것이다. 처참한 전쟁의 환경 속에서 뜨거운 전우애를 보인다거나 인간애를 보여주는 국군용사 역에 그만큼 어울리는 배우도 없다. 물론, 신영균, 최무룡, 장동휘, 박노식 이후 윤양하, 유영국, 장정국, 장동건 등의 배우가 전쟁영화 장르에서 명연기를 보여주었다. 하지만 신일룡 배우는 그중에서도 군계일학이다. 그의 평전이라서 하는 말이 아닌 그는 그야말로 전사 캐릭터 그 자체이다. 그것도 장교나 장군이 아닌 일개 병사로서나 특공대원으로 활약이 어울리고 눈부시다. 그러면서 휴머니즘을 보여주고 전쟁의 고통을 가감 없이 사실적으로 보여주니 할 수 있는 말이다.

그가 용감히 돌격하면 관객들은 힘을 실어주었고 그가 아파하면 관객들도 고통을 느꼈다. 그의 굵은 눈물은 관객들에게 감동으로 와닿았다. 숭고한 희생정신을 보여주는 전쟁영화 장르가 사라지며 아쉬운 이즈음이다. 1982년작 <아벤고 공수군단>이야말로 그러한 희생정신과 비장미를 잘 보여주는 전쟁영화의 압권이다. 한국영화사에서 참다운 군인상을 보여주는 배우야말로 국민배우로 추앙되어야 한다. 1964년 이만희 감독의 영화 <돌아오지 않는 해병>이 한국 전쟁영화사에서 손꼽히는 걸작이라고 기록되는데 <아벤고 공수군단> 역시 그 반열에 오를 한국 전쟁영화의 명작이다.

▲ 안태근 (문화콘텐츠학 박사, 한국영화100년사연구회 회장)
▲ 안태근 (문화콘텐츠학 박사, 한국영화100년사연구회 회장)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