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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태근의 다큐세상] 신일룡 배우의 라이프 스토리 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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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태근의 다큐세상] 신일룡 배우의 라이프 스토리 ⑧
  • 안태근 칼럼니스트
  • 승인 2022.06.06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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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일생일대의 대도박 타이타닉 카지노 프로젝트
▲ 그의 일생일대의 대도박 타이타닉 카지노 프로젝트

그의 비즈니스가 절정기였을 무렵 그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프로젝트가 있었다. 바로 카지노 호텔이다. 수없이 외국을 드나들며 그의 머릿속에는 한국에 대형 카지노 호텔을 세우고 하는 프로젝트가 서서히 구체화되었던 것이다. 주변의 여러 사람들이 말렸지만 이미 그의 생각은 이 사업을 하기로 굳어져 있었다.

카지노 호텔은 지금도 일반인들이 꿈꿀 수 있는 비즈니스가 아니다. 하물며 화투장도 안 잡아본 그가 도박장이란 것을 하겠다는 것 자체가 도박이었다. 그의 통 큰 사업 구상이 있을 뿐이었다. 라스베가스, 워커힐, 일본, 마카오 등의 성공 사례만이 그의 머릿속을 맴돌았다. 사업은 기획만으로 될 수가 없다. 전문지식이 있어야 하며 예산이 뒷받침되어야 하고 전문 인력을 확보해야 한다.

더구나 카지노 호텔 프로젝트는 대통령의 결재를 필요로 하는 국가적인 비즈니스였다. 그는 모든 것이 잘 풀릴 것이라고 확신하였다. 잘못되는 한 번에 그동안 쌓은 것이 다 날아갈 수도 있지만 그는 긍정적인 판단을 하였다. 이 프로젝트는 침몰한 여객선 타이타닉호를 호텔로 꾸민 것으로 옥상에는 수영장이 있고 그 아래의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고 카지노에서 도박을 즐긴다는 것은 영화 속의 한 장면이다. 그것이 현실화된다면 사람들이 구름 같이 몰려들 것은 누구라도 알 수 있는 일이다. 제주도의 명소는 물론이고 세계적인 명소로 자리 잡을 것이 분명한 사업이었다.

결국 이 프로젝트는 실현되지 못했다. 그는 주변의 반대를 무릅쓰고 이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모든 것이 보랏빛 미래를 보장하는 듯했다. 많은 이들이 반대했지만 성공을 장담하는 이들도 많았다. 투자를 안 하며 하는 말들은 확신을 심어주고 행동을 유도하지만 결국은 빈말들이다. 그것을 우리는 공치사(空致辭)라고 한다. 프로젝트에 심취한 그에게는 공치사가 더 크게 들렸을 것이다.

그는 자신의 구기동 5층 빌딩을 팔고 다른 사업처도 처분하며 카지노 호텔에 올인했다. 그런데 기초 데생만 하고 색칠을 안 한 것같이 순간적인 감만으로 하는 사업은 불안하다. “운명아 비켜라 내가 간다.”는 배짱도 도움이 안 되었다. 어느 순간부터 도면 외의 문제점들이 발생하며 짓고 허무는 식의 공사 오차가 생겨났다.

공사 기일을 넘기면서 생기는 예산의 문제가 도미노처럼 다가 왔다. 연체 이자는 순식간에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도저히 감당이 안 되는 그의 인생 초유의 일이 닥쳐왔다. 돈을 구할 데가 없었다. 심한 공포감이 엄습해오자 그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미 공치사들을 남발하던 이들은 연락을 끊었다. 자신을 돕던 사람들이 다 떠나고 그는 혼자 이 사태를 막아야 했다.

그는 영화계 선배인 S회장을 찾아가 구조 요청을 하였다. 그러나 적은 돈이 아니기에 선배도 외면을 하였다. 문제는 해결점 없이 점점 커져갔다. 도저히 감당이 안 되고 결국 그의 재산은 모두 차압되고 그와 가족들은 나락으로 떨어졌다. 그것은 살면서 한 번도 겪지 않았던 일이기에 더욱 큰 쇼크로 악마처럼 다가섰다. “세상에 이렇게 무너지는구나.”를 실감하자 그답지 않게 눈물이 흘러내렸다. 하나하나 쌓아올린 공든 탑이 순식간에 무너지는 것에 견딜 수 없자 자괴감에 눈물이 흘러내린 것이다. 뒤늦게 S회장이 나타나 도움을 주고자 했지만 때가 늦었다. 이미 모든 것이 끝나 버린 상황이었다. 그러나 누구를 원망할 일이 아니었다.

그는 빈 사무실에서 스스로 넥타이를 풀어 목에 감았다. 그리고 지난날의 하이라이트 영상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지나갈 때 그의 체중을 견디지 못해 넥타이가 끊어졌다. 그것은 신의 뜻이었다. 어느 종교도 믿지 않는 그이지만 “이제 정신을 바짝 차려야지!” 각오를 다지게 되었다. 영화 속 주인공은 여러 역경을 겪기 마련인데 그가 현실에서 그 주인공이 되었다.

(이 글은 그의 술회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것입니다.)

▲ 안태근 (문화콘텐츠학 박사, 한국영화100년사연구회 회장)
▲ 안태근 (문화콘텐츠학 박사, 한국영화100년사연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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