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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태근의 탕!탕!탕!] 친했던 후배를 9년 만에 만나면 생기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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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태근의 탕!탕!탕!] 친했던 후배를 9년 만에 만나면 생기는 일
  • 안태근
  • 승인 2021.01.02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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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태근 회장(안중근뼈대찾기사업회)
▲ 안태근 회장(안중근뼈대찾기사업회)

이러저러한 사연으로 자주 만나며 지내던 후배를 2012년부터 2020년까지 못 만났다. 오늘 9년 만에 그렇게도 찾던 정일권 PD를 만났다. 같은 서울 하늘 아래 살았는데 서울이 넓긴 넓다. 처음엔 바쁘다는 이유로 그랬지만 그를 그냥 잊을 수는 없었다. 더구나 산악회장의 신임이 두터워서 그를 찾으라는 엄명도 있었다. 그래서 그를 틈틈이 찾아보았지만 거짓말처럼 우리의 시야에서 사라져 만날 길이 없었고 나는 잊힌 과거로 치부했다. 그런데 급기야는 홍용락 TV의 <만남>이란 프로그램에 까지 출연하여 그를 찾았지만 만날 수는 없었다.

사람이 행방불명이 됐을 때는 죽었거나, 교도소나 낙도에 갔을 경우뿐인데 하며 나쁜 생각만 떠올렸다. 그런데 한 해가 저물던 2020년 12월 31일 정말 우연히 그의 옛 번호로 전화를 걸었는데 그가 받았다. 그건 분명히 그의 목소리였다. 그는 산악회장의 안부를 물었고 돌아가셨다고 답하자 울먹이며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다시 통화하여 그와 1월 1일 만나기로 약속했다.

드디어 2021년 1월 1일 12시, 우리는 자주 다니던 청계산을 등산하고 있었다. 그의 애기를 듣다 보니 기억나는 일도 있지만 반 이상은 기억하지 못하는 일들이다. 그는 작은 것 하나까지도 기억해 내며 쉼 없이 말을 이었다. 9년 이란 시간은 단번에 모든 것을 이야기할 수 있는 기간은 아니다. 그가 우리 집 애사에 뺌 없이 조문 왔고 나의 여러 친구들과 관계가 있었다. 그러니 자연 이야기는 길게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늦은 점심에 자리가 길어지고 또 여의천으로 인근 커피숍에서 커피를 사서 노상에서 추위에 떨며 이야기를 계속해도 끝이 안 났다. 결국 헤어져 귀가하고 저녁 때 다시 통화하며 나머지 이야기를 이어갔지만 끝이 날 리 없다. 그와 함께 만난 사람들이며 참석한 모임이 하나 둘이 아니니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그가 이야기하는 인물 중엔 내 기억에서 사라져버린 수많은 인물들이 거명되었다. 그런데 나는 기억 속에 없다. 참 신기한 일이다. 하기사 그 많은 일들이며 사람들을 일일이 다 기억하며 살 수는 없는 일이다. 그래도 기억에서 깨끗이 사라져 버린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는 나도 궁금하다. 물론 그만큼 내 일상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도 미미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를 며칠은 계속 만날 것 같은 예감이다. 올해 첫 날의 일인데 한 해의 시작이 좋다. 살면서 겪는 여러 일들이 있겠지만 우리 기억엔 그 모두를 기억할 수는 없다. 올해는 짧은 인연일지라도 잊히지 않는 소중한 삶으로 기억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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